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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를 읽고(유발 하라리) 2: 농업 혁명은 거대한 사기극이었다.

인문서적

by 첨단고양이 2022. 7. 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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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서 계속..)

호모 사피엔스는 약 7만 년 전 인지 혁명을 통해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합니다. 그 후 동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유럽과 아시아로, 마지막으로 호주와 미 대륙 등 세계 각지로 뻗어나갑니다. 그러면서도 가는 곳마다 수렵생활 방식을 유지했습니다. 수렵생활 방식으로도 잘 먹고살 수 있으며 풍성한 사회구조, 종교적 믿음, 정치적 역학의 세계를 잘 지탱할 수 있는데 굳이 다른 것을 시도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대략 1만 년 전을 기준으로 달라집니다. 이때부터 사피엔스는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데 바치게 됩니다. 과연 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것은 바로 농업 혁명이었습니다. 즉 사피엔스의 삶의 방식이 수렵에서 농경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최초로 약 1만 년 전 우리가 흔히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고 부르는 중동 지대를 시작으로, 중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각자 독자적으로 농경사회가 시작됩니다. 이러한 특정 장소에서 제각기 농업 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조상들이 잡거나 채취했던 수천 종의 동식물 중 농업과 목축업에 맞는 후보는 몇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들 후보 종은 특정 장소에 살았고, 바로 이 장소들이 앞서 설명했던 농업 혁명이 발생한 장소입니다. 

 

한때 학자들은 농업 혁명이 인간성을 향한 위대한 도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렵 방식보다 농경 방식이 더 우월한 방식이며 인간이 지혜로 이것을 발명하여 우리 삶이 진보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농업 혁명을 인류의 사기극이라 단언합니다. 약 1만 년 전까지 사피엔스는 사냥과 채집을 하며 편안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업 혁명 이후 전 세계 많은 지역의 사피엔스들은 하루 종일 농작물을 돌보는 것 외에는 거의 다른 일은 하지 않게 됩니다. 농작물을 키우는 일은 많은 노동력을 요구합니다. 사피엔스의 신체는 사과나무에 오르고 가젤을 뒤쫓는데 적응했지, 땅을 고르고 물 양동이를 짊어지고 나르는데 적합하게 적응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잡식성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왔는데 곡류를 주식으로 하게 되면서 영양 불균형을 가져옵니다. 오늘날 우리는 풍요와 안전을 누리고 있고 그것들은 농업 혁명을 통해 인류가 도약함으로써 이뤄진 것이므로 우리는 농업 혁명이 놀라운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농업 혁명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혜택은 무엇일까요? 사람들 개개인에게 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 종에게는 무언가를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토지 면적 당 식량 생산량의 증가입니다. 그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수렵 시절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기원전 13000년경 수렵 시절의 팔레스타인 여리고 지역은 약 1백 명 정도의 방랑자들이 생활했을 것입니다. 기원전 8500년경 야생식물이 밀에게 자리를 내어준 뒤, 이 지역에는 약 1천 명 정도가 사는 마을이 생깁니다.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는가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됩니다. 농업 혁명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비록 인간 개인에게는 더 많은 고통을 가져왔지만 더욱 많은 사람들을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게 만드는 능력. 우리가 농업 혁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 있었다면 이것에 동의할 사람은 없었겠지만, 사피엔스는 늘 자신들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자는 농업  혁명을 덫이자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일단 어느 한 지역에서 농업 혁명을 통해 사피엔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그 흐름은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농업 혁명을 달성한 사회는 주변 수렵채집 사회 구성원들을 압박하며 그들을 점점 영역에서 몰아내었을 것입니다. 농경이 급속한 인구성장의 조건을 만들어준 덕분에, 농부들은 순수한 머릿수의 힘만으로 언제나 수렵채집인들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경시대로의 전환은 인구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왔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는 고대 제국으로 발전합니다. 농경을 통해 잉여 식량이 발생하고, 이는 집단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지배계층의 소유가 됩니다. 즉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이 생겨나고, 지배 계층은 노동 없이 잉여 식량으로 살아가며 남은 시간으로 문자, 바퀴 등 혁신적인 발명을 이뤄가고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게 됩니다.

 

이로써 인류의 세 가지 혁명 중 '인지 혁명', '농업 혁명'에 대해 소개했고, 마지막으로 '과학 혁명'이 남았습니다. 이것은 다음 포스팅 주제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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